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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 국내사설쓰기

[07/29] 한 곳만 제 역할 했어도 오송 참사는 없었다

연합뉴스 펌.

국무조정실이 28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 2 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 기관들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인근 미호강 제방을 부실 관리했고 사고 당일 5개 기관들이 모두 위험 경고를 무시해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결론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했으면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송 참사는 관재라는 게 분명해 졌다.

 

감찰 결과를 보면 분통이 터지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책임을 외면했다. 행복청은 궁평 2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에서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미호천교 아래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원 제방보다 낮은 임시 제방의 범람이 우려되자 모래를 쌓아 보강했지만 범람을 막지 못했다.

 

사고 2시간 전 미호천교 지점 수위가 계획 홍수위에 도달했지만 관할 기관들의 대응은 엉망이었다. 침수 사고 1시간여 전부터 행복청과 경찰, 소방에 여러 차례 신고가 접수됐지만 지하차도 통제 등 필요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3차례, 청주시는 주민과 경찰 등으로부터 10차례나 신고를 받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은 미호천교 범람 및 지하치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두 차례 접수하고도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본부는 범람 현장에 출동한 대원의 상황 보고에도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았고 전날 오후에 접수된 임시 제방 범람 우려 신고를 유관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5개 기관 중에 어느 한 곳만이라도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관은 기초적인 대응조차 하지 않고는 참사 후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재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아무리 잘 갖춘다 해도 담당자들이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이번 참사는 여실히 보여줬다.

 

국무조정실은 관련 공무원 36명을 수사 의뢰하고 63명을 징계하라고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진상을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벌백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들여다 보기 바란다. 재난 담당 공무원의 부실대응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취약한 전문성, 선제적/적극적 대응을 주저하게 하는 조직 문화와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살펴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관재 : 관청에서 비롯되는 재앙.